AI 시대에는 병목이 생기는 곳마다 천문학적인 돈이 몰린다. 지금 당장은 그것이 메모리 반도체다. 주식 시장의 전문 투자자들은 메모리 다음의 병목이 전력일지, 광통신일지, 아니면 노키아와 같은 무선 통신 인프라일지 치열하게 예측하고 베팅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평생의 업을 쌓아가는 엔지니어의 관점에서는, 유행을 쫓아 이리저리 흔들리는 지금의 분위기가 너무나 낯설고 우려스럽다.
유행은 늘 바뀐다. 하지만 기술의 본질은 생각보다 천천히 변한다.
그래서 나는 다음 유행을 쫓기보다, 큰 흐름은 유지하되 (AI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되),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엔지니어가 되기로 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음은 통신이니 모두 통신으로 가라”가 아니다. “메모리는 이제 끝물이니 들어가지마라”도 아니다. 메모리 지금 들어가면 최소 1~2년 간은 억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그건 부럽다. 이게 부럽지 않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하나 하나에 흔들리며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또 다른 냄비근성을 장려할 뿐이다. 병목이 바뀔 때마다 커리어를 단타 치는 사회, 이 얼마나 위험한가? 병목이 바뀔 때마다 인생 전체를 다시 베팅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만약 지금 내게 삼성전자DS와 DX 중 선택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진심으로 내 소신대로 DX를 선택할 것이다. 물론 만약 내가 나이가 50대라면 DS를 선택할 것 같다.
당장의 성과급 6억은 굉장히 ‘달달’하겠지만 나는 아직 10년 후를 바라봐야하는 나이이며, 10년 후를 바라본다면 당장의 유행보다 내가 잘 하고 재밌게 하는 것에 투자하고 싶다.
무엇보다 DX 부문이라고 해서 성과급을 많이 받겠냐마는, 커리어를 쌓으면 어디든 이직해서 그만한 돈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 스페이스X의 안테나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봐도 러프하게 연봉이 20만 달러 정도에 육박한다. 내가 그 분야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인간이 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