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배경 및 원리
중성원자: 하나의 부품으로 시계도, 센서도, 컴퓨터도
Infleqtion(옛 ColdQuanta)의 모든 것은 중성원자라는 한 가지 선택에서 출발한다.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구글·IBM은 초전도 회로를 쓰고(극저온 냉장고가 필수), IonQ는 이온을 가두고, PsiQuantum은 광자를 쓴다. Infleqtion은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루비듐·세슘·스트론튬 같은)를 레이저로 잡아 가두는 방식을 택했다.
처음 주목을 받은 것은 초전도체나 이온 트랩 방식이지만 중성원자는 명확한 장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거대한 극저온 냉각 시스템이 필요 없다. 초전도 방식이 절대영도 근처까지 식히는 거대한 냉장고를 써야 하는 것과 달리, 중성원자는 레이저로 원자를 식히고 가둔다.
더 작고, 더 싸고, 더 현장에 가져가기 쉽다. 전하가 없는 중성원자는 레이저(광학 핀셋)로 배열하기 때문에 외부 전기 간섭에서도 자유롭다. 이온 방식이 전기장으로 이온을 붙잡는 것과 달리, 전자기적으로 조용한 환경이 유지된다. 확장성 면에서도 다르다.
초전도 방식이 칩 크기의 제약과 씨름하는 것과 달리, 중성원자는 2차원 배열로 원자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큐비트를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센싱 관점에서 내가 특히 주목하는 건 야전 적합성이다. OPM을 드론에 실어보면서 배운 건, 연구실 성능을 야전에서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 거다. 레이저와 소형 진공 셀만으로 작동한다는 말은, 드론이나 차량에 싣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이다.
둘째, 같은 원자 플랫폼으로 컴퓨터도 만들고 센서도 만들 수 있다. 이게 왜 가능한지 직관적으로 풀어보자. 원자 하나는 여러 개의 에너지 준위를 가진다. 이 준위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원자가 세 가지 다른 일을 한다.
- 시계로 쓸 때: 두 에너지 준위 사이를 원자가 진동하는 횟수를 센다. 이 진동수가 워낙 일정해서, 그걸 1초의 기준으로 삼는다. Infleqtion의 원자시계 ‘Tiqker’는 루비듐의 초미세 준위가 “째깍거리는” 자연 진동을 읽어 시각을 만든다.
- RF 센서로 쓸 때: 원자를 아주 높은 에너지 준위(리드베리 상태, Rydberg state)로 들뜨게 하면, 원자가 외부 전자기파에 극도로 민감해진다. 이 원자에 라디오파가 닿으면 원자의 상태가 변하고, 그 변화를 레이저로 읽으면 그 라디오파를 “들은” 것이 된다.
- 컴퓨터로 쓸 때: 두 준위를 0과 1로 정해 큐비트로 쓴다.
내 OPM도 정확히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한다. 나는 원자의 스핀이 자기장 속에서 세차운동하는 주파수를 읽어 자기장을 잰다. 시계는 원자의 진동을, 자기계는 원자의 스핀을, RF 센서는 원자의 들뜸을 읽는다. 전부 “원자의 양자 상태를 정밀하게 읽는다”는 같은 기술의 다른 응용이다. 그래서 Infleqtion이 컴퓨팅과 센싱을 한 지붕 아래 두는 건여러개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Quantum Spectrum: 안테나를 원자로 갈아끼우다
Infleqtion의 센싱 포트폴리오 중 가장 도발적인 건 2026년 5월 정식 출범한 Quantum Spectrum, 즉 리드베리 원자 기반 RF 센서다. 회사는 이걸 수십 년 만의 RF 센싱 아키텍처의 근본적 전환이라고 부른다.
Quantum Spectrum은 안테나 대신 리드베리 원자를 센싱 매질로 쓴다. 차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안테나의 근본적인 한계를 알아야 한다.
스마트폰을 생각해보자. 4G LTE와 5G를 동시에 지원하는 폰 안에는 안테나가 수십 개 들어있다. 각 주파수 대역마다 그 파장에 맞는 안테나가 따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FM 라디오 안테나가 길고 와이파이 공유기 안테나가 짧은 것도 같은 물리 법칙이다. 받고 싶은 주파수가 바뀌면 안테나 크기도 바뀌어야 한다. 전파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 100년 넘게 깨지지 않은 물리적 법칙이다. 그래서 더 넓은 스펙트럼을 보려면 더 많은 안테나를 달아야 하고, 거기에 적이 강한 재밍 신호를 쏘면 안테나 앞단 회로가 포화돼 먹통이 된다.
리드베리 원자는 이 100년 묵은 트레이드오프를 깬다. 원자를 레이저로 특정 에너지 준위(리드베리 준위)로 들뜨게 하면 그 원자가 감지하는 주파수 대역이 바뀐다. 채널을 돌리듯이. 물리적으로 안테나를 교체하는 게 아니라 레이저 파장으로 튜닝한다. 그 결과, 하나의 개구부로 헤르츠부터 테라헤르츠까지 연속적으로 커버한다.[9] 스마트폰 안의 안테나 수십 개가 하던 일을 원자 하나가 하는 셈이다. 게다가 원자는 금속이 아니라서 강한 재밍 신호에도 포화되지 않는다. Infleqtion의 표현을 빌리면, 고전 안테나가 실패하는 곳에서 원자는 실패하지 않는다.
실제 제품, 코드명 SqyWire는 현재 3MHz~6GHz 대역을 커버한다. 여기서 MHz와 GHz는 전파가 1초에 몇 번 진동하는지를 뜻하는 단위다. 숫자가 낮을수록 긴 파장의 전파, 숫자가 높을수록 짧은 파장의 전파라고 보면 된다. 3MHz~6GHz는 군사 통신, 드론 제어, GPS 주변 대역, 일부 레이더·무선통신까지 걸치는 꽤 넓은 구간이다. 쉽게 말해 전장에서 오가는 여러 종류의 전파를 한 장비로 훑을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건, Infleqtion이 이 범위를 향후 수백 GHz까지 넓히려 한다는 점이다. 수백 GHz는 기존 안테나와 전자회로만으로 다루기 점점 까다로워지는 초고주파 영역이다. 기존 방식이라면 주파수 대역이 바뀔 때마다 안테나와 수신기 구조를 바꿔야 하지만, 리드베리 원자 기반 RF 센서는 원자의 에너지 준위를 조절해 다른 주파수에 반응하도록 만들 수 있다. 물리적으로 안테나를 갈아끼우는 대신, 원자를 튜닝하는 방식에 가깝다.
제품화 흐름도 중요하다. 1세대 장비는 9U 랙 형태였다. 9U는 서버실이나 실험실 장비에서 쓰는 높이 단위로, 9U면 높이만 약 40cm에 달하는 꽤 큰 박스형 장비다. 이런 장비는 연구실이나 차량 테스트베드에는 올릴 수 있어도, 드론이나 휴대용 장비에 바로 넣기엔 부담스럽다.
그런데 Infleqtion은 이 장비를 군용 표준인 컴팩트 VPX 모듈 형태로 줄이는 방향을 제시했다. VPX는 항공기, 레이더, 군용 차량, 드론 같은 방산 장비 안에 꽂아 넣을 수 있도록 만든 튼튼한 전자 모듈 규격이다. 그래서 9U 랙에서 VPX로 줄였다는 말은 단순히 크기가 작아졌다는 뜻이 아니다. 연구실 장비였던 양자 RF 센서가 실제 군용 플랫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형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OPM을 드론에 실어 항법 실험을 하면서 뼈저리게 배운 게 있다. 센서가 연구실에서 1pT(피코테슬라) 정도로 극도로 작은 자기장의 세기를 재는 것과, 진동하고 흔들리고 온도가 출렁이는 드론 위에서 그 성능을 유지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9U 랙을 VPX로 줄였다는 한 줄은, 양자센싱 현업자에게는 “아, 이 연구실 기술이 진짜 야전으로 가고 있구나”라는 강력한 신호다.
참고로 대부분의 양자 스타트업은 이 단계에서 죽는다.
시계·관성·중력: PNT의 나머지 조각들
RF 센서가 “본다”면, 나머지 센서들은 “길을 잃지 않게” 한다.
GPS가 사실 거대한 시계 네트워크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GPS 위성은 정밀 원자시계를 싣고 있고, 수신기는 여러 위성의 시각 차이로 위치를 계산한다. 여기서 ‘시각’이란 단순히 몇 시인지가 아니다. 빛의 속도로 달리는 전파가 위성과 수신기 사이를 오가는 시간을 나노초 단위로 재서 거리를 환산하는 것이다. 그래서 GPS가 끊기면 위치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5G 기지국이 서로 동기화를 맞추는 타이밍이 흔들리고, 금융 거래의 타임스탬프가 어긋나고, 전력망 위상 동기화가 깨진다. PNT의 T(타이밍)는 군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인프라 전체의 뼈대다.
원자시계 Tiqker는 이 타이밍을 GPS 없이 자체적으로 만든다. 루비듐 원자의 초미세 준위가 진동하는 횟수를 세는데, 이 진동이 워낙 일정해서 GPS 신호 없이도 나노초 단위의 동기화를 유지한다. Infleqtion이 프랑스 방산기업 사프란(Safran)과 “복원력 있는 타이밍 솔루션”을 만드는 이유가 이것이다.[10] 사프란은 항공기 관성항법 시스템 세계 1위 기업이다. 그들이 양자 타이밍에 자본을 넣는다는 건, 이 업계에서 가장 현실적인 기업이 이 기술을 진지하게 본다는 신호다.
원자 관성센서(가속도계·자이로)는 외부 신호 없이 자기 움직임만으로 위치를 추정한다. 드론이나 미사일에 달린 IMU(관성측정장치)가 가속도와 회전을 적분해 위치를 계산하는데, 문제는 오차가 시간과 함께 쌓인다는 거다. 소비자용 IMU를 GPS 없이 10분만 놔두면 수백 미터를 벗어난다.
고정밀 관성항법을 쓰는 잠수함도 수십 일이 지나면 오차가 누적된다. 양자 관성센서는 이 드리프트를 크게 줄인다. 원자 간섭계를 이용해 중력가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은 고전 센서보다 오차 누적 속도가 수백 배 느리다. GPS 없이 더 오래, 더 정확하게 버틸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고정밀 중력계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잠수함에서 우리는 단순히 지구 중력장의 맵을 가지고 위치를 추정할 수 있게된다. 이는 잠수함의 위치 정밀도를 향상하게 되고 중간마다 위치를 보정하기 위해 상승하지 않게되면서 생존성을 극대화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Infleqtion은 이 조각들을 한 회사 안에 다 갖고 있다! 아직은 작은 회사지만 이것들이 이 회사의 진짜 숨겨진 무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