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라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인 반도체 패키징 엔지니어들의 저녁 모임이었는데, 그날 프로텍 엔지니어가 ‘Reverse LAB’이라는 레이저 본딩 장비를 발표했습니다.
칩을 ‘붙이는’ 일에서 가장 자주 말썽을 부리는 게 열입니다. 붙이려고 온도를 올리면 얇은 실리콘과 기판이 서로 다른 비율로 늘고 줄면서 뒤틀립니다. 이 휨을 업계에서는 워피지(warpage, 기판 뒤틀림)라고 부르죠.
그런데 프로텍은 한미반도체처럼 뜨거운 헤드로 통째로 누르는 대신, 기판 아래에서 레이저를 쏘아 접합부만 순간적으로 지지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관련 기업과 전망
프로텍의 최종 목표는 결국 한미가 지키는 HBM 본딩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만만치 않은 관문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물리법칙입니다. 레이저를 기판 아래에서 쏘는 방식은, D램을 열 몇 장씩 높이 쌓아 올린 HBM에서 위쪽 층 접합부까지 열을 고르게 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공정 흐름입니다. 메모리 3사의 HBM 라인은 지금 열압착에서 플럭스리스 열압착(납땜 보조제를 없앤 방식)으로 넘어가는 중이고, 그다음은 범프 없는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큽니다. 레이저 본딩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이 전환의 어디쯤에 생길지가 아직 불확실합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2029년 무렵 나올 차세대 HBM부터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겁니다. 이런 흐름에서 프로텍의 레이저 본딩은 하이브리드 본딩을 밀어내는 대체재라기보다, 비메모리와 일부 2.5D 구간에서 열압착의 자리를 먼저 넓힐 겁니다.
프로텍이 한미반도체를 곧 넘어설 수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이 "HBM 본더는 한미반도체 독점"이 오늘은 맞는 말이더라도 내일도 그럴 지는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유가 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