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HBM 최대 수혜주인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이렇게 떡상하는 것이 놀라워요. 더 놀라운 것은 HBM이 갑작스럽게 등장했고 갑자기 이렇게 핫해진 것은 전혀 아니라는 거에요.
2015~2018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연구자들 사이에서 HBM은 AI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이라고 인지되어 왔어요. 실제로 ‘AI시대 HBM’을 한 10년 전쯤 기준으로 검색해도 자료가 수두룩하게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굉장히 놀라운 점은 당시 사람들은 “이 기술 중요해요”라고 강조해도 다들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는 점.
제가 반도체 패키지 전공자라 기억이 나의 편의에 맞게 재구성되었나 싶어 당시의 뉴스 댓글들이나 반응들을 보더라도 굉장히 미적지근했던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이렇게 50만원을 넘어서는 하이닉스의 주가를 보면 솔직히 “우리가 그때 핫할 거라고 했잖아!!”라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동시에 “아… 근데 나는 왜 안 샀지”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이에요. 연구자로서 이 ‘기술’이 널리 쓰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이 ‘기술’로 수혜를 보는 기업이 생긴다는 판단까지는 머리가 닿지 않거든요.
그래서 기술적 관점에서 지금 하이닉스가 삼성보다 우위에 있을지, 연구자로서 분석해보겠습니다.
삼성과 하이닉스의 기술 차이
2018~2019년 쯤 당시 반도체 업계 1위였던 삼성전자는 ‘잘 되는 사업에 더 집중하자’라는 전략적 판단 아래 HBM에 대한 전력투구를 망설였습니다. 반면, 추격자였던 SK하이닉스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HBM의 가능성에 과감히 베팅했습니다. 이를 두고 저는 2인자만이 가능했던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인자는 1인자를 이겨야 하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1인자를 이기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하이닉스와 삼성의 차이는 어떻게 칩을 붙이는가, 그리고 DRAM에 있습니다. 결국 HBM은 DRAM을 붙이는 거니까요.
하이닉스가 쓰는 ‘MR-MUF’는 “빵을 한방에 오븐에 넣어 만들고 굳히는 제빵 기술”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케이크 빵을 일단 다 쌓습니다. 그 다음에 초콜릿 크림 반죽을 붓습니다. 그리고 이걸 한번에 오븐에 넣어서 가열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초콜릿크림들이 빵 사이사이로 모든 틈으로 스며들어가고 오븐에서 녹으며 빵의 층과 층이 달라붙죠. 반면 삼성전자가 쓰는 TC-NCF는 1층 빵 위에 얇은 젤라틴 시트를 깔고 그 위에 초콜릿 알갱이를 올린 다음 뜨거운 주걱으로 하나씩 녹여서 붙이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층이 많아질 수록 아래까지 열이 고르게 전달되지 않거나 케이크가 모양이 기울어지는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하이닉스는 유동성 좋은 콘크리트를 붓고 자연스럽게 틈새를 채운 뒤 천천히 굳히는 방식이고, 삼성은 시멘트를 붓지 않고 층과 층 사이에 특별한 필름을 넣고 녹여서 고정시키는 겁니다. 삼성의 방식은 층이 낮을 땐 시공도 깔끔하고 오차도 적지만, 고층 건물엔 문제가 생기고 열빠짐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무엇보다 이건 세간에 공개되거나 오피셜로 인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의 DRAM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퍼져 있습니다. 왜냐면 DRAM 자체가 성능이 떨어지니 연결해서 붙인다 한들 HBM 성능은 부족하고, 결정적인 증거로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인 HBM4에 1b DRAM이 아니라 다음 세대 DRAM인 1c DRAM을 써요. 이건 기존 DRAM에 문제가 있었고, 동시에 한단계 develop된 제품이 아니면 하이닉스를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메모리 반도체 '사운'을 건 도전이에요. 한단계 develop 되었다의 동의어는 리스크가 한단계 높아졌다거든요.
그래서 하이닉스 살까?
여러분이 젠슨 황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삼성전자 하나 잘 되는 것보다는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모두 경쟁하면서 최대한 좋은 HBM을 최대한 저렴하게 주는게 가장 좋은 그림 아닌가요? HBM은 AI메모리 시장 내의 한 세그먼트입니다. 하이닉스, 삼성, 마이크론이라는 독과점 체제입니다. 따라서 무언가 다른 것이 더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현재 PIM(Processing In Memory)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고, CXL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하이닉스가 ‘HBM 대표기업’에서 차세대 메모리 전반을 아우르는 ‘메모리 반도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한다면 시총 1T 도꿈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HBM 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ASML의 시총이 400B인걸 감안한다면 단일 기술로의 포텐셜은 보수적으론 400B 정도, 조금 긍정적으로 본다면 1T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요. 즉 무언가 더 필요합니다.
즉, 이제는 HBM 하나만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패키징 업계에서 가장 핫한 기술 중 하나가 '유리 기판'입니다. 정출연에 가보면 패키징 한다는 박사들은 상당수가 이걸 하고 있어요. 참고로 유리기판 사업은 SKC 앱솔릭스가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CES2025에서도 등장했죠. 이뿐 아니라 PIM, CXL 등 모두 세계적인 레벨의 스펙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CES2025에 대중들에게 공개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소수의 고객사들만 볼 수 있게 윈 호텔에 프라이빗 부스를 만들어 철통보안을 지켰죠. 정말 대단했다면 최근 갤럭시 트라이폴드처럼 대중에게 공개하지 굳이 숨기진 않습니다. 어차피 반도체는 멀리서 보면 생긴게 그 놈이 그 놈이거든요.
결론적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하이닉스가 86점이고 삼성전자가 76점 정도라... 솔직히 내 돈주고 두 기업을 '지금' 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굳이 투자한다면 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도전'에 베팅한 삼성전자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에 베팅한 하이닉스 중 불확실성이 덜한 것은 '연구자'의 관점에선 후자니까요. 물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