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전지는 말 그대로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기존 리튬이온전지에서 분리되어 있던 전해질과 분리막이 고체전해질 하나로 통합된다. 쉽게 말해 액체에서 단단한 고체로 바뀌는 것이다. 이 변화만으로도 누액, 분리막 열화, 내부 단락과 같은 위험 요소가 구조적으로 크게 줄어든다. 가장 직접적인 차이는 '잘 타는(burning)' 물질이 구조적으로 사라진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전고체전지를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는 진짜 이유는 안전성 뿐 아니라 에너지 밀도 역시 다른 차원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1. LG에게 전고체는 여러 옵션 중 하나다. 반고체전지, 건식 전극, 고니켈 액계, LFP, 나트륨이온까지 분산된 기술 포트폴리오를 유지한다. 이는 이미 1등인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보수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이라 본다. LG의 기본 스탠스는 “업계에 기준이 생기고, 살아남는 기술이 명확해지면 그때 가장 빠르게, 가장 크게 만든다.”이다. LG는 기술을 먼저 정의하는 ‘선도자’가 아니라 정의된 기술을 가장 효율적으로 산업화하는 역할을 맡는 ‘흡수자’에 가깝다.
2. SK On은 전고체전지 경쟁에서 스스로를 후발주자로 규정한다. 자체 원천기술을 처음부터 쌓기보다, 이미 검증 단계에 들어간 글로벌 선도 기술을 빠르게 흡수해 산업화 속도를 극대화한다는 접근이다. 이 전략의 핵심 축이 바로 미국 전고체 전문 기업 Solid Power와의 협력이다. 기술 개발 방향에서도 SK On은 전고체를 투트랙 전략으로 가져가며 리스크를 분산시킨다. 하나는 고분자-산화물 복합계 전고체(polymer–oxide composite), 다른 하나는 황화물계 전고체다. 이 두 계열은 상용화 난이도, 공정 복잡성, 성능 상한이 모두 다르다. SK On은 어느 한쪽에 과도하게 베팅하지 않고, 각 기술이 갖는 실패 가능성을 서로로 상쇄시키는 구조를 선택했다.
3. 삼성 SDI는 전고체전지에 사실상 올인한 기업이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과 무음극 조합을 중심으로, 실험실 수준을 넘어 파일럿 라인과 셀 단위 실증까지 가장 깊이 들어가 있다. 실패하면 회복이 어려운 전략이지만, 성공할 경우 전고체전지의 기술 표준을 가져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이기도 하다. 투자 관점에서는 가장 위험하다. 그러나 기술 관점에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고체전지를 ‘완성품’으로 증명해낼 수 있는 회사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여기까지 보면 리스크가 큰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모든 혁신은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중국은 LFP를 중심으로 가격과 규모의 경제를 먼저 장악했고, 한국은 NCM을 중심으로 고성능·프리미엄 전략을 선택했다. 이 선택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프리미엄 전략을 취한 이상, 다음 세대에서도 반드시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가 생겼다는 점이다. 전고체전지는 그 시험대다. 그리고 나는 현 시점에서 전고체전지에 투자를 생각한다면 K-배터리 3사에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셋 중 어떤 것을 택할 지는, 본인의 가치관에 달려 있다.
내가 삼성SDI를 택한 이유는 여기서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다.